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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괜찮다, 괜찮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11. 08:02
제목: 토닥토닥. 괜찮다, 괜찮다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3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 (헤어짐을 선택했다.) 마음이 떠나버린 그 사람에게 더는 구차해지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익숙한 동네 골목이 눈물로 뿌옇게 보였다. 그대로 서 있기 힘들어 담벼락에 기대었다. 흐르던 눈물은 이내 통곡이 되었다. 가슴을 부여잡고 꺼이꺼이 울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흘깃 쳐다본다. 단지 이별이 아파서 울진 않았다. 이별도 예의가 필요한데, 그는 이별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들어왔다고, 그래서 마음이 변했다고 이야기하기 싫어서, 나로선 아픈 핑계를 대며 모질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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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좋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10. 07:15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좋다 글쓴이: 차정숙(군산나운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저 언니 곱게 늙었다야!" "저 오빠는 여전하다, 왜 우리만 늙었대?“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여러 가수가 나온다는 공연에 왔다. 우리가 문이 닳도록 다녔던 ‘롱다리노래방’인 양 신나게 노래를 따라부르고 흔들었다. H와 L과 S, 우리 넷은 고등학교 때 만났다. 우리는 교과서보다 그 시절 유행했던 패션잡지나 음악방송에 빠졌다. 몰려 다닌다고 언니 오빠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핀잔을 들었지만, 우리는 미친 듯이 놀았다. 우리 학교가 미션스쿨이라 매주 드리는 예배 시간에 자주 도망쳐 나왔고 시험 기간에 학교가 일찍 파하면 빨간 비디오를 빌려 집집마다 순회했다. 또 동시상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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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돼?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9. 06:47
엄마,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돼? 글쓴이: 박지선(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얼마 전 태권도 학원 차를 기다리는데 아홉 살 아들이 죽음에 대해 물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으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좀 막막했다. “글쎄. 죽은 사람을 만나거나 얘기를 들을 수 없으니,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 음... 아마 좋은 일 많이 한 사람은 좋은 곳에 가고, 나쁜 일 한 사람은 지옥에서 벌을 받겠지.” “그럼 엄마는 죽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떻게 될까? 잘 모르겠지만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좋은 일 많이 해서 천국 가고 싶은데. 넌 어떻게 될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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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안녕, 언니, 아빠, 엄마, 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8. 8. 07:36
어제 새벽, '무~울, 무~울' 소리가 들려서 슬쩍 깼다. 딸 아이가 내는 소리. 갑자기 물이 먹고 싶은가 보다. 아직 한참 어두운 시간. 침대맡에 미리 준비해 둔 물컵을 아내가 들어 올린다. 보통은 물을 먹이면 금방 다시 자는데, 이번에는 '무~울, 무~울'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봄아~ 물 마셔~ 응? 물, 아니야?" 아침에 시간이 나서 아내를 직장까지 차로 모셔다 주었는데, 이렇게 말한다. "평소엔 물을 주면 금방 다시 자는데, 계속 물, 물 그러더라고. 그래서 가만 생각해 보니까, 물 달라는 소리가 아닌 듯했어요. 그러니까 그 물이 그 물이 아니었나봐. 너무 더워서 그랬나봐." 그러게? 딸 아이가 쓰는 단어는 빤하다. 지금 봄이 비교적 또렷하게 발음하는 단어는 여섯 개 정도. 제일 먼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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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분이 아내 분을 위해서 태어나지는 않으셨잖아요?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8. 7. 07:06
"남편 분이 아내 분을 위해서 태어나지는 않으셨잖아요?" 어쩌다 나온 말이었다. 상담 모델이나 테크닉에 근거해서 말하지도 않았고, 커다란 의미나 의도를 품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냥 상담자로서 내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짧은 문장이 엄청난 효과를 냈다. 단 두 회기 만에 상담이 종결되어 버렸다. 이 부부는 서로 박 터지게(?) 싸우지는 않았다. 다만 아내 분께서 일방적으로 화를 내신다고 했다. 평상시엔 순한 양처럼 부드럽고 친절하신데,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기면 마치 녹색 괴물 '헐크'처럼 변신하신단다. 남편에게 상스러운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신단다. 남편 분은 어떻게 대처하고 계셨을까. 아내와 달리, 초식동물처럼 얌전한 분이셔서 일단은 '견디면서 당한다'고 말씀하신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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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4. 06:28
제목: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글쓴이: 장희랑(인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2017년 9월 어느날, 안방에서 큰딸과 함께 빨래를 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딸이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들어갈 때 안색이 썩 안 좋아 보이더니 나오자마자 철퍼덕 쓰러졌다. 나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딸을 흔들었다. 나: 희랑아! 일어나봐! 어머 어떡해... 여보 빨리 119! 큰딸: … 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울부짖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남편과 막내딸이 안방으로 달려왔다. 큰딸 입꼬리에서는 피가 흘렀고 얼굴색이 창백했다. 다행히도 딸이 눈을 희미하게 뜨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큰딸: 귀가 잘 안 들려. 근데 엄마 목소리는 들려. 시끄러워...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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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3. 07:34
제목: 냉이 글쓴이: 전양희(해피홈 보육원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우리 가족은 우리 부부 두 딸 그리고 막내둥이 냉이까지 다섯 식구다. 냉이는 앵무새로 입양한지 5년이 되었다. ‘냉이’라는 귀여운 이름은, 연한 고추냉이 빛깔 깃털이 많이 나 있어서 그렇게 지었다. 명색이 앵무새라서, 사람들이 말은 잘 하느냐고 묻지만, 냉이는 말은 못하고 울기만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달라고 짹짹짹, 저녁에 퇴근하면 같이 놀아달라고 짹짹짹거린다. 새장 문을 열어주면 냉이는 거실을 거닐다가 내 어깨위에 날아와 편안하게 앉는다. 냉이는 과자 중 새우깡을 좋아하여 한손으로 잡고 소리를 내며 먹기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설 때면 냉이와 아쉽게 인사를 나누고 현관문을 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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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아, 보고 싶어 왔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2. 06:42
제목: 재환아! 보고 싶어 왔다 글쓴이: 배수경 (청학장애인공동생활가정 사회재활교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새하얀 눈이 무릎 높이로 내리던 날이었다. 내가 당직 근무 중일 때 재환 씨 아버님께서 전화를 거셨다. “선상님! 재환이 보고 싶어 지금 출발했십니더. 제가 다리가 불구라 시간이 걸릴 것 갓십니더. 우리 재환이한테 아빠 온다고 전해주이소.” 재환 씨 아버님은 사고로 다리를 잃어 의족을 사용하신다. 그래서 이 눈길을 어찌 오실지 걱정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재환 씨가 말했다. “아버지~” 밖을 보니 눈길을 헤치며 재환 씨 아버님께서 걸어오셨다. 바지가 눈에 다 젖고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아버님께서는 밝게 웃으시며 두 팔을 벌리셨다. 재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