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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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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글쓴이: 송주연 (인천중구가족센터 사회복지사)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괜찮냐고. 나는 답한다. 괜찮다고. 유산을 겪고 내가 금방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산 소견을 들은 날, 집에 돌아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멈추지 않던 눈물을 한참 닦아내다 나왔는데, 집안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남편에게 임밍아웃(주: 여성이 임신한 사실을 스스로 사람들에게 밝히는 행위)하려고 사용한 이벤트 풍선과 그동안 버리지 않고 보관한 임테기(주: 임신 테스트기)가 사라졌다. 임밍아웃을 했을 때 남편은 기뻐서 기념 삼아 풍선을 남겨뒀다. 하지만 내가 보면 슬플까봐 재빠르게 정리했나 보다. 남편은 병원에서부터 나를 챙기느라 온 신경을 쏟았다. 자신도 슬플텐데 나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또 다시 눈물이 났다.

     

    그 날은 유독 엄마가 지은 밥을 먹고 싶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걸어서 엄마에게 밥 먹으러 가도 되냐고 물었다. 엄마는 우리 부부가 바쁜 평일 오후에 갑자기 찾아간다고 하니 들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너네 혹시 애 들어섰니?"

     

    철렁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애써 아니라고 말했다. 엄마는 집에 찾아간 내 얼굴을 보고, 좋은 일은 아니라고 직감하신 듯 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도 될 텐데, 묻지 않으셨다. 그저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한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주셨다. 계란말이, 고등어구이, 된장국... 엄마와 함께 식사하고, 한참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엄마는 끝까지 내게 묻지 않으셨다. 내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나는 입을 달싹이다 힘겹게 한 마디 꺼냈다.

     

    "엄마."

     

    한 마디를 내뱉고 나니 (에) 감정이 울컥, 올라와 뒷말을 잇지 못했다. 쿠션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가렸다. 그때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가 말씀하셨다.

     

    "괜찮아. 괜찮아."

     

    임신과 유산 소식을 동시에 전하면서 한참 울었다. 엄마도 눈물을 지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아빠는 매일 같이 내게 전화해서 밥 잘 챙겨 먹었는지 물으셨다. 내가 애냐고 실없이 웃으면서 말하면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는 평생 아빠한테 귀염둥이야."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지혜가 있다. 바로,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는 사실. 늘 누군가 배려해주고, 보호해주고, 노력해 준 (누군가의 배려, 보호, 노력) 덕분에 당연하게 보일 뿐이다. 특별히, 나는 예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면서 부모가 자녀를 책임지는 모습이 당연하지 않다고 느꼈다. 또한, 이번에 유산을 겪으면서 사람이 나고 자라는 과정도 절대로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웠다. 

     

    세상만사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작은 일에도 감사하게 된다. 남편이 본인도 슬프면서 날 먼저 챙겨준 모습도, 엄마가 먼저 묻지 않고 기다려 준 모습도, 아빠가 매일같이 내가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챙겨준 모습도 당연하지 않다. 모두 의도적인 배려, 보호, 노력이다. 아니, 사랑이다. 그 덕분에 나는 몹시 애닳고 슬프면서도 내 삶에 감사할 수 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만나겠지만, 나는 괜찮다. 어려움만큼이나 즐거움도 겪을 테니까, 당연하지 않은 기쁨을 인정하고 내 인생에 감사할 테니까!

     

    <동일한 주제로, 송주연 선생님께서 이전에 쓰신 글> *함께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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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연작으로 글을 쓰셨네요. 글도 좋고, 선생님 마음도 좋습니다. 우선, 이 글에는 군더더기가 안 보입니다. 선생님 마음을 표현하기에 딱 적절한 정도로 느껴집니다. 글을 제대로 포화되도록 쓰면 이렇습니다. 모든 세세한 이야기를 다 쓰지 않았는데도, 독자는 모든 이야기를 풍성하게 느낍니다. 한편, ‘감사’는 ‘인정’에서 시작된다고 하죠.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감사’ 나무로 자라는 ‘인정’ 씨앗을 스스로 찾아내셨네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겪으셨는데, 그 안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고 가치를 부여하시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존경스럽습니다.

     

    2. 인간은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삶에서 고난을 완전히 제거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고난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교훈과 지혜를 풍성하게 얻을 수 있지요. 이 글은, ‘인물-시련-해결’이라는 논픽션 글 모델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3. 어법과 관련해서는 딱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a1) 이 한 마디(에) 감정이 울컥, 올라와 뒷말을 잇지 못했다.

    (a2) 이 한 마디를 내뱉고 나니 감정이 울컥, 올라와 뒷말을 잊지 못했다. 

     

    (b1) (누군가의 배려보호노력) 덕분에

    (b2) 늘 누군가 배려해주고보호해주고노력해 준 덕분에

     

    두 가지, 라고 말씀 드렸지만, 사실은 한 가지입니다. (a1)을 보시면, '이 한 마디' 명사구에 이유를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 '에'를 붙여서 간단하게 이유를 표현하셨습니다. (a2)를 보세요. 저는 '에'에 담긴 이야기를 '내뱉다'는 동사로 바꿔서 좀 더 자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다음으로, (b1)과 (b2)를 보세요. 역시 몇 가지 명사로 간단하게 처리하신 부분을, 동사로 바꿔서 좀 더 생생하게 바꾸었습니다. 

     

    늘 말씀 드리듯이, 한국어는 술어(동사/형용사)가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표현하려는 이야기를 적절하게 서술해 줘야 자연스럽고 생기가 돕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성숙을 담는 글쓰기(PDF 버전)

    '자기-돌봄(self-care)'를 주제 삼아 인천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하고, 지난 수 년간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온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 진행했습니다. 인천시 각 지역에서 성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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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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