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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 군더더기 덜어내기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2. 1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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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더더기란 무엇인가? 불필요한 부분이다. 군더더기는 어째서 불필요할까? 글쓴이가 글을 통해서 전달하려는 핵심 주제와 별로 상관이 없어서 불필요하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군더더기를 없애는 근본적인 방법은? 쓰기 전에, 핵심 주제를 명확하게 설정한다. 어려운가? 이렇게 질문하고 답해 보자. (1) 지금 나는 무엇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여름. (2) 그 무엇이 어떻다고 느끼는가/생각하는가?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쉽게 말하자면, '글을 쓰려고 하는 무엇'이 소재(글감)이고, '그 무엇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생각하는지'가 바로 주제다. 군더더기를 없애려면 글을 쓰기 전에 스스로 위에 소개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하라. 

     

    그런데 주제를 명확하게 정했는데도, 우리가 쓰는 글에는 군더더기가 자주 낀다. 왜? 대개는 구체적인 표현 방법이 틀려서 군더더기가 붙는다. 어떻게?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표현으로 반복해서 적으면 군더더기가 된다. 

     

    (예시문 a)

    사람은 누구나 새것을 좋아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새것을 좋아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새것을 좋아합니다. 

     

    위 단락(?)을 읽으면 그대는 이렇게 질문하리라: '아니, 왜 똑같은 문장을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썼지?' 그렇다면, 위 단락을 이렇게 바꿔서 쓰면 어떨까? 

     

    (예시문 b)

    사람은 누구나 새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물건을 살 때도 ‘신상’(신상품)에 일단 마음이 끌립니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예시문 b에 사용한 세 문장을 곰곰이 뜯어 보자. 결국, 세 문장은 모두 같은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새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첫 문장에 비해서 두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은 좀 더 구체적이다. '구체적'이라는 말은 '손에 잡히는 형체가 떠오른다'는 뜻. 구체적으로 풀어 쓰면 필연적으로 길이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군더더기를 피하면서 풍성하게 쓰는 원리: 

    뜻이 같은 내용을 많이 쓰되, 표현은 계속 조금씩 다르게,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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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좀 더 실제적인 예문을 살펴 보면서 군더더기를 덜어내 보자. 기억하라: 이미 쓴 내용을 동일한 표현으로 반복해서 쓰거나, 분위기/맥락으로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쓰면 독자는 군더더기로 느낀다.


    (원문) 

    "OO씨, 이거 먹어요." 종현(가명) 씨는 참 다정하다. 직원이 업무로 힘들어 보이면 늘 슈퍼에서 간식(커피, 과자 등)을 한아름 사 준다. 무심히 건네주는 간식이 담긴 봉지에는 종현 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9년부터 그룹홈에서 일하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으로) 많이 의지했던 분이다.

     

    (첨삭문) 

    "OO씨, 이거 먹어요." 종현 씨는 참 다정하다. 직원(사회재활교사)이 업무로 힘들어 보이면 늘 슈퍼에서 간식(커피, 과자 등)을 한아름 사서 무심히 건네준다. 2009년부터 그룹홈에서 일하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으로) 많이 의지했던 분이다.


     

    글쓴이는 장애인 그룹홈에서 일하는 열혈 사회복지사. 늘 건강하게 고민하면서 글을 쓰시고, 표현력도 훌륭하다. 그런데 독자를 글을 쉽고 빠르게(효율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 가급적 써야 할 내용은 안 쓰시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내용(군더더기)은 종종 쓰신다. 

     

    _ '직원(사회재활교사)'

     

    위 본문에서 '직원'은 글쓴이 본인을 뜻한다. 글쓴이는 그룹홈에서 사회재활교사(사회복지사)로 일한다. 나는 이 글에 대해서 지도하면서 굳이 괄호 안에 '사회재활교사'라고 명시했다. 글쓴이는 이 글은 그룹홈 직원들에게 보이려고 쓰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려고 썼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 독자는 '그룹홈'이 뭔지도 잘 모르고, 그룹홈에서 일하는 '직원'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따라서 독자가 글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도우려고 괄호를 치고 '사화재활교사'라고 적었다. 

     

    _ '~서 무심히 건네준다' 

     

    글쓴이가 언급한 '종현 씨의 마음'은 무엇인가? '다정한 마음'이다. 그런데 종현 씨는 겉으로 드러내 놓고 '다정하게' 말하지 않는다. 마음은 참 다정하지만, 글쓴이에게 툭, 하고 무심하게 행동하면서 그 마음을 표현한다. (말하자면, 글쓴이는 종현씨가 '츤데레 같다'고 표현하고 싶었나보다.) 따라서 굳이 '간식이 담긴 봉지에는 종현 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라고 쓰지 않아도 된다. 맥락상/흐름상 군더더기로 느껴진다. 


    (원문) 

     

    2개월 정도 시각장애인 시설 적응기간이 끝나자마자 종현 씨를 만났다. 종현 씨께서 함께 가자고 했던 야구장으로 향하는 내내 종현 씨는 그동안 그곳에서 생활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40년 넘게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이 많이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가 통했는지 잘 생활했다는 종현 씨 이야기에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서운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종현씨가 조심히 말했다. “수경 씨가 보고 싶어 혼났네.” 역시 종현 씨는 내 속마음을 읽고 다정하게 말 한 마디 건네신다.  

     

    (첨삭문) 

    2개월 만에 종현 씨를 만나 야구장에 갔다. 함께 이동하는 내내 종현 씨는 그곳에서 생활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잘 하고 계신 듯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서운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종현씨가 조심히 말했다. “수경 씨가 보고 싶어 혼났네.” 역시 종현 씨는 내 속마음을 읽고 다정하게 말 한 마디 건네신다.


    _ 종현 씨께서 함께 가자고 했던 야구장 

    _ 시각장애인 시설 적응기간이 끝나자마자

    _ 40년 넘게 살던 곳을 떠나

    _ 적응이 많이 힘들지 않기를 기도가 통했는지 

     

    위 본문을 읽어 보면 글쓴이가 오랫동안 지원한 종현씨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룹홈은 '가정집'이기 때문에, 글쓴이는 종현 씨를 가족처럼 느낀다. 사정이 생겨서 다른 시설로 옮겨 간 종현 씨를 너무 보고 싶었고, 잘 지내시길 간절히 바란다. 이 가족을 오랫만에 만나니 얼마나 반가우셨을꼬. 행간에 절절하게 뭍어난다. 

     

    하지만 평소 종현 씨는 속마음을 겉으로는 많이 표현하지 않으신다. 많이 표현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오히려 속 깊은 정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글쓴이가 종현 씨를 보고 싶어한 마음을 너무 직접적으로 많이 쓰면, 두 사람이 쌓아온 두터운 신뢰 관계를 오히려 잘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글쓴이가 종현 씨를 어떻게 느끼고 대하는지는 이미 분위기/맥락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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