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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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말, 함부로 쓰지 않을 게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8. 2. 10:28
"오빠는 우리, 라는 말을 곧잘 쓰는 것 같은데, 이제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말, 쓰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녀 말이 맞다. 내 일의 특성상, 업계의 특성상, 여성 학생들을 참 많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서 "우리"라는 말을 매우 자주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절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녀에게 말할 때 외에는. 나의 그녀가 신경쓰고 있으므로. "우리"라는 말, 함부로 쓰지 않을 게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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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미쳐 버리는 것을 열정적인 사랑의 증거로 생각하지만...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8. 1. 11:13
"사랑에 대해서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가정에 이르게 하는 세 번째 오류는, 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는 지속적 상태, 혹은 좀 더 분명하게 말한다면 사랑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혼동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남남으로 지내오던 두 사람이 갑자기 그들 사이의 벽을 허물어 버리고 밀접하게 느끼며 일체라고 느낄 때 이러한 합일의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유쾌하고 가장 격앙된 경험 중의 하나다. 특히, 폐쇄적이고 동떨어져 있어서 사랑을 모르고 지내던 사람의 경우라면, 특히 놀랍고 기적적인 경험이다. 갑자기 친밀해지는 이 기적은, 성적 매력과 성적 결합에 의해서 시작되는 경우, 대체로 더욱 촉진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두 사람이 친숙해질수록,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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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맑아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8. 1. 07:02
“오빠, 저는 알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못해요. 저는 알거든요. 사람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저는 맑아요. 그런 사람이에요. 신께서 허락해 주신 능력 같아요.” 오랫동안 열등감에 시달렸다. 나는 뭘 잘 모르는 사람이었고 세상 사는 일에 몹시 서툴렀다. 나를 제외한 세상 사람들은 전부 앞서 가는 것만 같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모두 잘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만 바보 같았다. 그래서 순진하다, 혹은 순수하다는 말을 너무나도 싫어했다. 누가 “세상에... 이 나이를 먹고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었다니!” 라고 말하면 (사실 대개는 찬사였는데) 나는 위축되고 기분 나쁘고 속이 상했다.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맑음,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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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그대 잘못은 아냐, 게으르고 멍청한...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7. 31. 07:11
올해 봄학기에 가르쳤던 학부생 중에서, 무척 똘똘하고 가능성이 많지만 조금 위축되어 있던 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방중 실습을 하고 있는데, 수퍼바이저 선생님에게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열심히 학습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 클래스를 들으면서 이런 습관을 들였다고 고백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는데,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나름대로 기울였던 노력이 뒤늦게 보답이 되어서 돌아온 것 같아서 무척 기뻤다. 이 똘똘한 학생이 설사 조금 위축되어서 질문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기 탓을 하거나 계속 위축되어 있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더욱 성장해서, 현장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도울 때 늘 고민하고 묻고 답하면서 훌륭한 원조 전문가가 되면 좋겠다. 특별히,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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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7. 29. 07:50
"그럴 때마다" 지난 수 년 동안 이 노래를 듣지 못했다. 죄책감 때문이었다. 결혼식 때 누가 이 노래를 축가로 불러 주었다. 소박하지만 신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참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의 어리석음과 이기심, 무심함 때문에 이혼을 한 후, 이 노래는 나에게 독약이 되었다. 길거리를 걷다가 혹은 라디오를 듣다가 이 노래가 문득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전봇대 뒤로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비참한 사연은 아무도 모르지만, 온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죄책감과 책임감 때문에 목을 졸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에게는 더 이상 감정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여전히 내가 나에게 부끄러웠다. 심지어 그도 잊었겠지만 내가 내 잘못과 실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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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살아 있는 키키를 만났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7. 29. 03:35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다고 한다. 예고 없이 불현듯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파괴력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길고 긴 불면의 밤과 분노의 강을 건너왔다. 5년 동안 몸을 반으로 접고 웅크린 채 숨죽이며 보냈다.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밑바닥이 없는 지하로 끝없이 추락했다. 이 모든 슬픈 이야기를, 단 한 방에 기쁘고 즐거운 노래로 바꾸어 줄 사람을 만났다. 마녀 배달부 키키가 성장했다면 꼭 이런 모습일 것 같은 곱디 고운 사람을 만났다.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캣츠 오리지널 캐스트가 발표 40주년을 맞이하여 영국에서 건너오는데? 마침 그녀와 이 마술적인 뮤지컬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리하여,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 가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