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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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옵빠, 뭐가 중요해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10. 18. 16:25
내가 잘 아는 부부-가족치료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얼마 전에 예쁘고 멋진 신혼 부부를 만나서 상담을 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은 뭐랄까... 너무 이기적이라고 할까, 아님면 계산적이라고 할까, 서로 눈꼽만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같아 보였어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을 가지고 지나치게 치열하게(?) 싸우는데... 결국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 작은 의견 차이나 아주 사소한 실수 같은 것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를 듣고 내 여자 친구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오빠, 오옵빠! 그게 뭐가 중요해요? 하나도 안 중요해요. 우리가 함께 있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나는 늘 뭔가에 집중하는 인간이다. 집중력이 좋다는 사실은 큰 강점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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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동료일 뿐이에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10. 11. 10:10
간만에 개인적인 글을 쓴다: 강의를 가면, 소개를 해 주신다. 주로, "교수님"으로 소개를 해 주신다. 아주 잠시, 기분이 "으쓱" 좋아진다. 모교의 겸임교수를 지냈고, 학부와 대학원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으니, "교수"라는 칭호가 틀린 칭호는 아니다. 부르기도 멋지고 듣기도 좋다. "교수님" 외에... "무슨 무슨 자격증을 소지한 분"이라거나 "무슨 무슨 학회 이사"라는 표현으로 나를 소개해 주신다. 이 역시, 잠시나마 어깨가 올라가고 으쓱댈 수 있는, "있어 보이는" 칭호이다. 하지만 나는 "선생"이라는 칭호가 좋다. 첫째로, 초등 교사나 대학 교수나 결국은 선생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평범한 노동자처럼, (무슨 대단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선생은 내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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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억세게 좋은 선생: 이재원 선생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9. 29. 12:38
나는 참 복이 많은 선생이다. 왜냐하면 인성, 지능, 열정을 겸비한 뛰어난 내제자(內弟子: 우치데시)를 두었기 때문이다. 바로 단기여성청소년쉼터에서 일하고 계시는 사회사업가 안혜연 선생님. (아래 박스를 클릭하셔요!) 물건, 물건을 알아보다 제 문하(?)에 첫 번째 1:1 학습 제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제자입니다. 화성여자단기청소년쉼터에서 일하고 계시는 안혜연 사회사업가입니다. (*물론, 사진 사용 허락 � empowering.tistory.com 안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청소년기에 엄청나게 방황을 겪으신 후, 길을 찾아 헤매이고 있는 청소년을 깊이 있게 돕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좀 더 힘들다고 하는) 생활시설로 들어가셔서 오랫동안 진정성을 가지고 일하고 계신다. 2020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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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와 톰보의 사랑 이야기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9. 25. 10:01
이게 다 정현경 누님 덕분이다?! 2020년 4월의 어느날, 누군가 연락을 해 왔다. 정현경 누님 통해서 나를 알게 되었는데,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고 싶단다. 사연을 들어보니,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 같아서... 당시에 막 시작하려던 해결강독 스터디(화요반)에 동참 시켜 드렸다. 몇 개월을 전화로, 수업시간에만 만났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수업에도 굉장히 성실하게 참여하셨다. 하지만 뭔가 개인적인 인연이라고 생각할 순 없었다. 7월 중순, 어느날... 우연히 시작하게 된 대화가 2주일이 넘도록 이어졌다. 존경하는 정현경 누님을 함께 보자는 명분(?)을 걸고 만나자고 약속을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7월 25일 오전. 그녀와 나눈 대화 내용을 들여다 보다가, 이상하게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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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져 있던 원석 이야기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9. 24. 17:18
숨겨진 원석을 발굴하라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 중 또 하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사회복지현장에는 정말 의미 있는 가치와, 재능을 가지고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실천을 함께 공유하여 현장에서 사람중심의 가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강점관점실천연구소의 [이재원] 사회복지사가 있습니다. 그동안 SNS에서 해결중심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시고 생각을 전달해 주고 계셨는데, 이러한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교육을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교육이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 해결중심상담을 말하다]입니다. 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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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9. 23. 11:05
돌아보면, 그동안 나는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고 또 찾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가부장제의 좋은 점은? 일단 가부장에게 복속하기로 마음 먹으면, 가부장에게 모든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 대신 잃는 것은? 주도적인 삶의 방식. 내가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 세상은 무섭게 휘몰아치는 폭풍우와 같아서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의지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무릎을 꿇으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못갈 수도 있다. 내가 번역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영어를 하면, 영어로 원문을 읽으면, 누군가에게 지적으로 의지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직접 번역을 하면,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지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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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랑해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9. 14. 13:19
"내게 당신은 언제나 가물가물한 흔적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지금, 내 인생에는 당신 뿐이었다는 걸 느껴요. 여보, 사랑해요." 오랫만에 황석영과 그의 등에 업힌 임상수의 역작, 영화 "오래된 정원"을 다시 보았다. 주인공 오현우는 전형적인 80년대 운동권이다. 1980년 광주에서 도망 나온 그는 갈뫼라는 일종의 유토피아에서 운명적 상대, 한윤희를 만난다. 너무나도 짧은 행복. 하지만 혼자만 살아 나왔다는 죄책감에 좇기던 그는 지옥으로 돌아가고... 17년 간 감옥에 갇힌다. 또 다른 주인공 한윤희는 매우 성숙한 여성이다. 여성스럽지만 주체적이어서 편안한 어른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녀는 두 사람만의 유토피아인 갈뫼를 떠나는 오현우 뒤통수에 이런 문장을 던진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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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결혼합니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9. 7. 08:19
저, 결혼합니다. (11월 말) 깔깔대며 함께 웃을 수 있는 마음씨 고운 사람을 만난 것도 대단히, 대단히 비현실적인데, 심지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비현실적입니다!) 그녀는, 명랑하고, 지혜롭고, 진지하고, 신중하고, 강단있고, 열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저에게는 큰 복입니다.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당연한 것은 없다" 언젠가 제가 아는 훌륭한 부부치료자가 남편에게 뻔질나게 화를 내는 부인(별명이 "헐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당신을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에요." 그 어떤 상담 테크닉보다도 이 짧은 한 마디가 큰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늘 화를 내던 그 여성은 화가 날 때마다 저 문장을 되뇌었습니다. "그렇지. 오빠는 나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