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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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직감이 잘 맞는 거 같아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23. 06:19
"선생님, (요즘) 제 직감이 잘 맞는 거 같아요." 나는 지난 5년 동안 격주로 개인 상담을 받아왔다. (정말 긴 시간이다.) 정신역동모델을 사용하시는 내 개인 상담 선생님이 나에게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넘게 하신 질문이 있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세요?" 처음에는 아무런 답변을 못했다. 당시에 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이미지: "추운 겨울날, 꽁꽁 얼어 붙은 호수 위에 서 있다. 내 발 밑에는 두께가 1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육중한 얼음벽이 누워 있다. 그 밑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물. 어느 순간, 내 얼굴을 매달고 있는 시체 한 구가 떠내려 온다. 나와 너무 얼굴이 비슷해서 깜짝 놀란다. 갑자기 그가 눈을 뜬다. 나, 나였다. 순간 나는 호수 속에 들어가 있다. 얼음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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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21. 18:28
오늘 덩크슛 넣었다. 살면서 자기만의 덩크슛이 있다. 누구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나에게는 [영화같은 현실]말이다. 그 덩크슛은 바로 박사과정 ‘영어시험’통과였다. 수차례 등록하고 두려워 가지 않았고, 수차례 낙방하였다. 시험지에는 !!! 적으라는 해석은 적지 않고 ‘통과’를 바라는 읍소의 내용만 잔뜩 썼다. 매번 요행만 바랬고, 매번 시험제도가 바뀌기만을 바랬었다. 무엇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2020년 1학기 영어시험을 3개월 앞두고 행운처럼 이재원 선생님이 나타났고 (나는) 푸념처럼 무심코 두려움과 고민을 이야기 했다. 내 영어 독해 수준 분석 결과: 1) ‘주어’, ‘동사’ 구분도 못한다 2) 초등학생 어휘수준도 못미친다 제대로 공부해서 시험보고 싶냐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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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기독교 영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19. 14:36
1994년. 내가 19살이었던 해였고, 처음으로 강렬한 종교적 경험을 하게 된 해였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UBF(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라고 불리는, 겉으로는 "초교파적"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보수적인 개신교 신앙을 따르는 선교단체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 해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였던 날. 프랑스어과에 다니는 94학번 동기 여학생 L이 모임의 단상에 올랐다. "어? 쟤가 저기에 왜?" 다음 순간, 깜짝 놀랐다. 모임에서 차세대 리더로 여기고 (모임에서 키우고) 있던 영어과 93학번 J형과 연애를 하다가 들켰다고 했다. 전도유명한 형제를 꼬셔내는 죄악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보수적인 선교단체일수록, 연애를 금지했다.) 그녀는 아주 유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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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라따뚜이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18. 22:35
라따뚜이(Ratatouille)는 프랑스 남부의 가정식 채소 스튜라고 한다. 농부들이 텃밭에 있는 채소를 아무렇게나 따 와서 마구 썰어서 허브를 넣고 올리브 오일에 볶은 후에 뭉근하게 끓여내는 음식이다. 우리 음식으로 치자면, 김치 찌개쯤 된다는데, 그러니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 된다. 라따뚜이(Ratatouille, 2007)는 픽사 스튜디오가 만든 애니매이션 제목이기도 하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줏어 먹는 쥐 세계의 전통을 거부한 요리사 쥐, 레미가 파리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어리버리 헤매고 있는 초보 요리사 링기니를 도와서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서커스 같은(?) 일을 벌이는 스토리다. 애니매이션 마지막 장면에서, 무시무시한 악평을 일삼는 음식 평론가 이고는, 레미가 일하고 있는 구스토 레스토랑에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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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I 전성시대: "선생님을 보면 신나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18. 18:17
"선생님을 보면 신나요." 며칠 전, 나의 영원한 "갑오브갑," 양원석 선생님과 내 좋은 벗, 사회사업가 임성희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는, 가끔씩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만나서 밑도 끝도 없는 수다 잔치를 벌이곤 한다. 업계에 알려져 있듯이, 양원석 선생님은 말이 많은 분이 아니다. 주로 진득하게 듣고 계시다가 몇 마디로 정리를 해 주신다. 우리 모임(?)에서도 수다장이 두 사람은 끝없이 떠들고 양원석 선생님은 주로 들으신다. 주구장창 말하는 것에 지칠 법도 하고, 끝없이 듣는 것에 지칠 법도 한데, 우리 셋은 모두 지치지도 않는다. 나의 좋은 벗, 임성희 선생님은 최근에 내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참 기쁘고 좋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사진을 봤는데요, 그 사진 속에서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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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에 걸리다: "유산이 왜 병"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18. 15:45
며칠 전 끄적인, 내 블로그 포스트가 네이버 검색에 걸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6화에 나오는 대사와 해결중심모델을 연결지어 생각해 본 글이다. https://vo.la/wLiV 유산이 왜 병이에요? "유산이 왜 병이에요?" 먼저, 슬기로운 의사생활 6화 속에 나오는 대화록을 한 번 들어 보시겠습니다. 산모: 그럼... 습관성 유산... 그런 건가요? 의사: (약간 냉정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네. 이번이 세 번째 임.. empowering.tistory.com 네이버 대문에 걸린 것은 아니니 그리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티스토리 블로그는 네이버에 잘 안 뜨는데... 슬기로운 의사들 덕분에, 기분이 무척 좋다. 정현경, 윤연주 선배님 말씀처럼, (인기) 드라마로 배우는 해결중심상담, 이런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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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리고 나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16. 21:07
그날, 그리고 나. 그날, 나는 복지관 식당에서 처음 그 TV 화면을 보았다. 바다에 뭐가 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저게 뭐지? 배란다. 여객선이란다. 경기도 어디에서 제주도 가던 배였는데, 사고가 나서 엎어졌단다. 에고… 저걸 어째… 근데, 뭐 이리 생중계도 하고 있는데, 빨리 구하겠지. 다음날부터 복지관 동료들이 울기 시작했다. 회의 때도 울고, 의자에 앉아서도 울고, 복도에서도 훌쩍이고, 카톡 방에서도 울고, 계속 울었다. 무슨 일이야? 출근해서 물었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았는데, 사람은 거의 못 구했단다. 배와 같이 가라앉은 사람들이 전부 학생들이란다. 수학여행 가던. 나는 울지 못했다. 너무나 부끄럽지만 단 한 방울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인생의 중대한 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