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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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온 편지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9. 22:16
독일에서 이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2014년 여름, 스페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었던 나의 "독일 아부지", 군터 아저씨께서 내게 편지를 보내신 거다. 편지 내용은 이랬다: 친애하는 재원, 내가 꼭 1년 전에 자네에게 편지를 보냈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와중에 어떻게 지내고 있나? 아직도 나는 우리가 함께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를 회상한다네. 정말 끝내주는 모험이었어! 나와 내 가족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네. 난 앞으로 3개월 동안 일을 멈추고, 새로운 영적 순례길을 찾아보려 하네. 자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즐거운 날 보내시게. 인사 전하며, 군터. 다시금 되살아 난 까미노의 추억, 까미노 카페에서 다시 찾은 내 글 중에서 군터 아저씨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해 본다: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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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님,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9. 04:26
"샘님,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요?" "그럼요, 되지요. 편하게 물어 보세요." "야호! 왕따봉이에요!" "아유~ 선생님, 약간 정색하고 말씀 드리자면, 저는 이미 선생님에게 일종의 면허증을 드린 거에요. 무엇이든 궁금할 때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면허증요. 강의 갔던 첫날, 이미 알아챘어요. 아, 이 분 열정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하고요." 내가 최근에 1:1 학습 제자로 받아들인 안혜연 선생님과 전화로 짧은 통화를 나누었다. "제자"라는 말,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말인 거, 잘 안다. 내가 누군가의 '스승'이 될 정도의 인간인가? 솔직히, 어떤 면으로든 자신이 없다. 하지만, 가고 싶은 방향이 있는데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궁금한 것은 너무너무 많은데 물어 볼 곳이 마땅치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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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좋은 친구, 상경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7. 06:06
1997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 정겨웠던 논산 훈련소를 떠나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이, 수도군단 직할 700 특공연대였다. 주먹이 수박만큼 컸던 무시무시한 특공병 고참들, 과는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의 바로 윗 고참, 이 바로 메뚜기, 정상경 이병이었다. 그의 별명, 메뚜기가 왜 메뚜기냐? 안경테가 초록색이라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희한한 별명이지만 나는 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는 의무병1, 나는 의무병2. 람보가 들고 다니는 M60 기관총 부사수였던 우리는, 군생활 동안 바로 옆 자리에 누워서 동거동락했다. ===== 전역 후, 사회에서도 우정을 이어갔다. 나는 수능을 다시 쳐서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그는 학부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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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먹은, 눈물 젖은 자장면 이야기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5. 07:53
보스턴에서 먹은, 눈물 젖은 자장면 이야기. 수 년 전, 조금 희한한 계기로 미국에서 2달 간 산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해외 친구들과 언어교환(그들에게는 공짜로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대신 나는 공짜로 영어를 배우는)에 홀딱 빠져서, 수많은(?) 언어교환 친구를 만들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제니퍼. 남편과 함께 미국 동북부(뉴잉글랜드 지방), 캐나다 접경지역인 메인 주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성격도 다정하고 유머도 있는 친구라서 화상 채팅으로 약 석 달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 친구가 날 더러 미국에 와서 잠시 함께 살지 않겠냐, 고 제안을 해 왔다. 2달 정도 자기 집에서 살면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쳐 달라는 거였다. 엥? 뭐라고? 제니퍼는 분명히,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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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썅.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4. 08:44
"왜 난 이 나이 먹도록 이것도 모를까." 가까운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 순간 입술 바로 안쪽, 앞니와 입술 사이, 그 좁은 공간에 군침이 고이듯 이런 말이 튀어 나갈 뻔 했다: "에이~ 사람이 그걸 어떻게 다 알아요. 그리고 삶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 다른데. 모를 수 있어요. 얼마든지 모를 수 있어요. 비정상 아냐, 정상이야." 하지만 고인 침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듯이, 저 문장도 생각 저편으로 삼켰다. 나야말로 평생을 "나는 이 나이에 왜 이런 것도 모를까? 이런 간단한 것도 모르고 도대체 뭐하면서 어떻게 산 걸까?" 라는 질문을 마음에 매달고 다녔던 사람이니까. 대단한 열등감을 지고, 안고, 끌고, 뽀뽀(?)하며 여태 살아온 나이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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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을 걷고 싶어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1. 16:10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데뷔곡, "Girls just wanna have fun" 가사 중 한 대목: (주체적인 여성상을 노래한 해방가) "어떤 남성은 아름다운 여성을 꼬신 후에, 세상에서 숨기고 자기만 보고 싶어하지만 나는 혼자 멋지게 햇살 속을 걷고 싶어." "Some boys take a beautiful girl. And hide her away from the rest of the world. I want to be the one to walk in the sun." https://vo.la/Mz7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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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3. 27. 10:52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눈에서 물이 나오는 현상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CHEER를 보고 그랬다. 편 별로 약 한 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이어지는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어느 유명 전문대학 치어리딩 팀을 다루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역경을 겪은 사람들의 도전과 관계를 다루었다. 특별히, 나의 마음을 울린 장면은... 시리즈에 나오는 나바로 전문대학 치어리딩 팀에 속한 선수가 헤드 코치인 모니카를 언급하는 장면이었다: "힘들 때는 예전처럼 막 살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나쁜 짓을 하고 싶어질 때마다 모니카 코치님을 생각해요. 내가 그런 나쁜 짓을 한다면, 코치님은 어떻게 말할까? 그러면 나쁜 짓, 못하죠." 어릴 적 아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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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데 돌아가고 싶지는 않더라구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3. 26. 06:20
내 개인 상담 선생님과 대화 중에 며칠 전 새벽에 본 이미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 며칠 전 새벽에 비몽사몽 간에 그를 다시 봤어요. 그런데 그리운 거에요.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운 거에요. 하지만 이상하죠? 이상하게도 그토록 그리운데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전요... 요즘에 제가 주도하는 삶이 좋아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인연이 너무 좋아요. 현재가 좋고, 미래는 더욱 기대가 되거든요, 제가 무엇을 만들어 나갈지 너무 기대가 되거든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 불안을 수용하고 보살펴 줘야 해요. 나 자신이 주도하는 삶, 새로운 삶은 불안한 거에요. 왜냐하면, 내가 주도하려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책임을 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동반해요. 불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