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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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시각은 다양하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5. 18. 19:12
얼마 전, 대단히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아주 친하거나 신뢰하는 관계는 아니었어도 멀리서 우호적인 감정을 느껴오던 어떤 이가 나를 싸구려 장사치처럼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월급장이가 아니므로 내 밥벌이를 내가 찾아서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싸구려 장사치가 아니다. 내가 팔고 있는 내 상품(지식, 경험)도 싸구려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누군가를 "전면적으로(본격적으로 드러내 놓고)" 누군가를 내 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으로 대한 적이 결단코 없(었)다. 내 상품을 사라고, 나를 사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꼬셔야(?) 하는 처지이지만, 최소한 나의 이익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천박하게 접근하지는 말자, 는 것이 나의 철칙이자 상도(商道)이다. 그래서 언제나 비즈니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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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갈 마인드가 뭐에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5. 16. 08:55
유시민, 이광재 등 핵심 참모들이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엄청난 학습 능력"이라고 한다. 알려진 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상고 출신이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보다도 (그러니까 "그 잘난 서울대"를 나온 "운동권 엘리트"들보다도) 사물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법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인(대통령)이기 이전에 사법시험을 통과한 법관 출신이요, 변호사 출신이었다. 당연히 법에 대해서는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시민, 이광재 등은 달리 말한다. 특별히, 이해찬 총리도 달리 말한다: "1988년 당시에 노무현 초선 국회의원을 보고 사법시험 통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차등이 있다는 사실,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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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가 아는 것은...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29. 10:51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분이 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앞못보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잘 보게 되었다는 것뿐입니다." (공동번역 성서 요한복음) 1980년, 38세의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성난 황소”를 만들고 나서 엔딩 크레딧에 요한복음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이 구절은 겉으로는 뉴욕 대학교 영화학과 시절의 은사였던 헤이그 마누기안 교수를 기념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본인의 영화 만들기 실력에 대한 지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영화 만들기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비유적 인용. 자기가 '걸작'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마티는 무수한 걸작을 만들어 왔지만 성난 황소에서 보여준 가공할 만큼의 예술적 창조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당연히 오스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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퐈퐈퐈~ 퐈퐈~ 퐈퐈퐈퐈퐈~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29. 10:24
퇴근해서 늘 들리게 되는 서울역 버스 정류장입니다. 밝은 불빛이 낮처럼 내리 쬐지만 빛나는 사람들의 어깨는 무척 외로워 보입니다. 문득 외로웠어요. 나도 저 사람들 중 하나구나 싶어서요. 어깨를 부딪혀도 아무 말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 사람. 그런데 문득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퐈퐈퐈~ 퐈퐈~ 퐈퐈퐈퐈퐈~ 버스 정류장 뒷편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어디 쯤에서 나는 소리 같았지요. 귀를 기울이며 어딘지 찾다가, 바로 이 택시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밝지만 싸늘한 도시의 불빛, 택시 앞문 유리창에 비친 유혹하는 광고 속 여성의 눈빛과 악보를 보며 퐈퐈퐈~ 색소폰을 부는 택시 기사 아저씨의 눈빛... 여러 가지 빛이 교차하며 도시의 밤을 밝히는 순간이었습니다. 2008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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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첫단추 따위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27. 09:48
그깟 첫단추 따위 잘못 끼우면 어때 단추 이렇게나 많은데 뭐 제 친구의 친구가 그린 그림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나... 생각하다가 이 그림을 그리고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저도 방황하느라 군대를 늦게 가고 대학을 두 번 다니고 연애도 늦게 하고... 첫단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근데 가만히 돌이켜 보면, 첫단추는 그냥 첫단추일 뿐이었어요. 얏호! 얏얏호!! 난 이렇게 재미나게 잘 살고 있는데! 그깟 첫단추 따위 잘못 끼우면 어때 단추 이렇게나 많은데 뭐 (2007년 9월, 이재원 씀) 이게 그러니까... 2007년에 쓴 글이니, 벌써 10년도 훌쩍 넘게 전에 쓴 글입니다. 그 사이에 저는 고통스럽게 이혼을 했습니다. 거의 5년을 좀비처럼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저 글을 읽어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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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합니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27. 09:45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평소에 다니던 길 말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는 마음에 20년 동안 안 가보았던 허름한 산동네로 접어들었습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은 곳입니다. 주민들이 산비탈에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는 모습과 투박한 시골길을 연상시키는 울퉁불퉁 흙길, 그리고 '빨개 벗고' 정신 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까지. 그런데 조금 더 내려오니 치열한 투쟁 끝에 주민들은 온데 간데 없고 집들만 덩그러니 남아 철거를 기다리는 골목이 나옵니다. 삭막합니다. 골목 벽엔 지우다 만 문신 자국처럼 흉측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건설회사에서 주민들에게 알리는(사실은 겁주고 속이는) 글입니다. 그곳을 빠져나오기 직전, 수줍게 마주보며 사랑을 고백하는 벽화 한 쌍을 만났습니다. 이분들, 수줍어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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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아이를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25. 07:11
"자, 이 아이를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약 5년 전 개인 상담을 시작한 후, 3년 동안은 매주(혹은 격주마다) 한 번씩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서 회기 내내 부모님 욕만 했다. 문자 그대로 3년 내내 욕을 했다. 온갖 상스러운 욕이란 욕은 다 동원해서 비난을 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끝없이 배설했다. 어떻게 그렇게 매번 욕을 하는데도 하고 싶은 욕이 계속 떠오르던지. 슬퍼하면서 욕을 하고 신나서 욕을 하고 우울해 하면서 욕을 하고 어쨌든 욕을 했다. 내 개인 상담 선생님은 그렇게 3년 동안이나 매 주마다 나의 욕잔치를 참고 진지하게 들어 주셨다. 왜? 그 욕이 끝나야 내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 것을 아셨나부다. 실제로 욕이 잦아들 때쯤, 그 욕 뒤에 숨겨진 내가 발견되었다: 온 몸을 바늘로 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