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또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7. 06:10
또요? 글쓴이: 박현주 (인동지역아동센터 센터장, 2024)첨삭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전화벨이 울리고 수신자를 보자 한숨부터 나왔다. 또 차니네 집에 일이 생긴 듯했다. 전화를 걸어온 수화통역사 A씨가 입을 뗀다. 아이들이 사는 건물 교회에서 차니가(가명) 크리스마스 트리를 훔쳤단다. 또요?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사연은 이랬다. 차니는 교회 건물 옥탑방에 산다. 초등학교 6학년인 차니네 반에서 졸업 전 친구들과 특별한 파티를 열기로 계획했단다. 차니는 교실을 특별하게 꾸미고 싶었고 그래서 아이 넷이 교회 창고에 있던 트리를 몰래 학교 교실로 옮겼다. 부랴부랴 교회로 찾아가서 CCTV를 열어보니 더욱 놀라운 영상이 나온다. 아이들 넷이 커다란 나무를 옮기느라 엄청나게 낑낑댔다. ..
-
마음만 성시경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5. 19:10
마음만 성시경 글쓴이: 김솔 (갈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나는 평소에 나 자신을 ‘성시경’이라고 생각했다. 웬만한 발라드는 다 소화할 수 있다고 느꼈달까. 그래서 교회 청장년부 MT에서 노래자랑 행사를 연다고 들었을 때, 우승 상금으로 10만원을 걸었다고 들었을 때, 내가 무조건 1등을 먹으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성시경이 부른 ‘희재’라는 노래를 골랐다. 그리고 금요일 밤마다 동네 코인 노래방에서 맹렬하게 연습하고, 집에서나 차에서나 노래를 연습했다. 자신감 만땅! 행사가 열린 날, 나는 관객 50명 앞에서 참가번호 1번으로 출전해서 ‘희재’를 불렀다. 노래 초반 잔잔하게 이어지는 저음 부분은 아주 좋았다. 조금씩 음이 높아지는 중반까지도 그런대..
-
꼬수운 냄새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3. 11:43
꼬수운 냄새 글쓴이: 신선미 (성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남편이 덕적도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지낼 때 나 혼자 두 아기를 키웠다. 남편은 효자라서 ‘우리가 어머니 댁에서 함께 살면 우리도 편하고 홀어머니도 외롭지 않아 행복할 것’이라며 결혼 후 합가를 제안했다. 어머니 댁에 살면서 참 즐거웠고 결혼 4년 만에 아이도 낳아 키웠지만 육아 방향이 달라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지고 살얼음판 위를 걷듯 긴장감이 돌 때, 남편은 혼자 덕적도로 가버렸다. 결국 나는 분가했다. 남편이 있는 덕적도도 아니고, 어머니 댁도 아닌 나만의 공간에서 내 힘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덕적도에 가려면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1시간 정도 타야 한다. 그런데 봄에는 안개..
-
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2. 08:46
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 글쓴이: 표지수 (인천종합사회복지관 복지공동체과 팀장, 2024)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20년 동안 가족처럼 지낸 친구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내민다. 우리 삼총사는 끈끈했기에 누구라도 시집 가는 날이 오면 슬프리라 예상했는데 그냥 덤덤했다. 참 이상했다. 그 후에도 계속 덤덤했다. 남편 될 사람을 보여준 날에도 덤덤했고, 청첩장을 받은 날에도 덤덤했다. 심지어 결혼식 당일에도 덤덤했다. 신부 도우미로서 친구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축사도 읽어줘야 해서 정신이 없었고 조금 슬펐을 뿐 눈물은 나지 않았다. 몇 달 후 앨범이 나왔다며 사진을 보러 오라고 한다. ‘결혼식 날 볼 거 다 봤는데 무슨 앨범을 또 보래.’ 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신혼..
-
그만~ 이렇게 하면 다시는 어디 못 가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30. 05:48
그만~ 이렇게 하면 다시는 어디 못 가 글쓴이: 김연희(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우리집 큰 아이에겐 자폐성 장애가 있다. 최근 들어서 이 친구와 함께 어디를 가는 일이 점점 더 버거워지고 있다. 그날도 난감한 상황이 일어났다. 제부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나와야 하는데 큰 아이가 탑승구 앞 로비에서 바닥과 한 몸이 되어 구르기 시작했다. 들어서 태울 수도, 달래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40분 가량 지속됐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보내는 눈초리를 맞고 거드는 이야기를 들어가며,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로비에 서서 아이에게 사정하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와 함께 울며 케이블카 탑승을 포기했다. 건물 입구로 내려와 섬 건너편에 있는 택시를 잡아봤..
-
일곱 문장으로 서른 다섯 가지 마법을 부리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28. 07:48
(눈빛 애교 어피치) 1. 참 순진들 하네.2. 글쓰기 어렵다는 제스쳐는 다 뻥인가?3. 쓰란다고 다 쓴다.4. 많이,5. 그것도 아주 잘! 6. 이러다가 대충 묻어가려던7. 나만 새 되는거 아닐까...글을 읽다가 빵, 터졌다. 누가 쓰셨는지 궁금했다. 익명으로 읽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킬 수가 없었다. 괜찮으니까 '눈빛 애교 어퍼치 님은 빨리 커밍 아웃하시라'고 웃으면서 말하니 뒷편에 앉은 남성 분이 슬며시 손을 드신다. 우리는 모두 유쾌하게 웃으며 박수쳤다. "그러게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 한 번 시도해 보았는데, 이렇게나 다들 잘 따라오시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네요." 2024년 4월 26일.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글쓰기 교육.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서 주최했다. 한 시간 남..
-
우리 동네 작은 레스토랑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25. 07:15
우리 동네 작은 레스토랑 글쓴이: 송주연 (교육복지사, 2024)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우리 동네에 ‘스무티쿠케리’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테이블이 네 개만 놓여있어 공간은 아담하지만, 4개뿐인 작은 공간이지만, 신라호텔 출신 셰프님이 맛있게 요리해 주신다. 홀은 사장님(셰프님 아내)이 담당하신다. 오픈 키친이라 셰프님 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에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남편은 봉골레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내가 파스타 속 조개를 하나하나 발라 먹고는, 옆에 조개산을 쌓아두었기 때문이라나. 하하. 처음 만난 장소라는 의미를 두어서일까, 우리 부부는 기념할 일이 있으면 이 작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생일, 기념일, 그리..
-
온 우주가 도왔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23. 07:19
온 우주가 도왔다!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비가 와서 공기가 꿉꿉해지고 기압이 낮아지면 우리 사랑누리(장애인 거주시설) 직원들은 긴장한다. 발달장애와 뇌전증 장애를 중복으로 가진 대영 씨는 이런 날씨에 뇌전증 발작이 종종 온다. 그래서 지켜보느라 온종일 살얼음판이다. 갑자기 원내가 소란하다. 민은씨가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 외친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비가 오는 날이라 소리가 안으로 울려서, 청각 자극이 있는 재운 씨가 괴로워한다. 어제 효과를 보았던 방법을 썼다. , 재운 씨가 좋아하는 노래를 내 휴대전화로 틀어서 재운 씨 손에 쥐여 주니 조금씩 안정된다. 어제 직원들이 모두 쉬는 법정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