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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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그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걸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니?"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15. 06:13
“띠리링~” 몇 년 전, 대학원에서 해결중심상담을 가르쳤던 학생에게서 다소 뜬금없이(?) 문자가 왔다. 이 학생! 똑똑히 기억한다. 첫 시간에 “이 수업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말해 보라고 했더니, “교수님, 저는 강점관점이 세상에서 제일 싫습니다!” 라고 말한다. 당시 내 속 마음: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대학원 강단에 섰는데, 초엽부터 이렇게 초를 치다니? 게다가 해결중심상담은 강점관점 끝판왕인데 이 수업엔 왜 들어 오셨어요?"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아~ 네~” 라고 말하면서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학생이 보낸 문자를 읽으면서, “강점관점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이유”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학생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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줏대있게 살자: 성내동에서 펭귄 만난 사연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9. 08:48
밤 9시. 매주 목요일 밤에 진행하는 해결중심상담 고급반 줌 스터디가 끝났다. 이제 내일이면 금요일, 피곤하다는 아내 손목을 잡아 끌고 산책을 나왔다. 매일 가던 올림픽 공원 말고, 그냥 대로변 거리를 걷는다: 오늘은 왠지 기분 내키는 대로 걷고 싶다. 이유 없이 기분이 꿀꿀하다는 아내 기분을 반전시킬 생각을 하는데... 저기 앞에 마침 조개구이 집이 보인다. 가자! 나: "여보, 저기 갈까? 조개 구이 사줄게."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모두 네게 보내니, 결국은 네 주머니에서 나가겠지만. ㅎㅎ) 아내: "그래! 근데... 오빠 해물 별로 안좋아 하잖아." (해물에 환장하는 아내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남편을 배려한다: 사랑해요~ 여봉!) 나: "아냐, 아냐. 안좋아 해도 좋아해. 걱정마,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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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회: 밀양을 추억하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2. 17:43
두 번째 기회. 2019년 4월 1일, 내 삶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 기관에 정식으로 강사로 초청을 받은 날. 양원석 선생님과 함께 연재한 글을 종종 읽으셨던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 김영습 과장님께서 초청을 해 주셨다. 처음 전화 받았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과장님께서 특유의 신중하면서도 정중한 어조로 초청한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흥분해서(?) 소리 지르듯이(!) 말을 했다(이해해 주셔서 아직도 감사하다). 2014년 여름부터 2018년 여름까지 거의 산 송장처럼 숨만 겨우 쉬면서 살아 가던 내가, 선생이 되어서 동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여전히, 나는 동료들 앞에 설 때마다 "재원아, 이건 기적이야. 소중한 기회(The Second Chance)이니 최선을 다 해야 해" 라고 되뇌이지만, 이때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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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과 알약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3. 24. 11:04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이것은 우선적으로, 전통적인 가부장이셨던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막내 아들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유명할 법한 이야기 한 토막: 나는 계란 후라이가 아예 처음부터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음식인 줄로만 알았다. 어릴 때 우리집은 상당히 가난했지만 아침마다 계란 후라이는 두 어개씩 올라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아버지 드시라고 만든 계란 후라이 하나는 늘 내 목으로 넘어갔다. 아버지께서 늘 막내 아들을 무릎에 앉히시고는 귀한 계란 후라이를 먹이셨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우리 누나들은 십 수년 동안, 아마도 마음 속으로, 나를 무슨 원수 마냥 생각했을 거다. 어쩌면, 내가 첫 결혼을 실패하고 오랫동안 깊은 수렁에 빠져서 방황을 했던 이유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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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끝까지 가 봤다 하는 순간?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3. 18. 17:44
조세호: 네 분은 내 인생에서 정말, 끝까지 가 봤다, 순간이 있습니까? 유정: 저는 있어요. 저는, 나이가 서른이 돼서 뭔가 부모님 앞에서 목 놓아 울기가 쉽지 않잖아요. (벌써 울먹) 근데, 제가 너무 이제 이게 힘들다 보니까, 엄마 앞에서, 제일 그러면 안되는 사람 앞에서, 목 놓아서 울었어요. 내가 왜 이 일을 선택한 건지 모르겠다. 초반에는 오히려 뭔가 너무 뿌듯하고 이걸 이뤄냈다는 거에 대해서 내 자신한테 너무 자신감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내가 왜 이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유나 씨가 항상 저한테 그랬거든요. "언니, 나는 내가 이렇게 누워 있으면, 그냥 밑으로 확 꺼지는 기분이야." 제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유나 씨가 너무 걱정이 되는 거에요. 이게 우리 넷 다 똑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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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Oppa에게 꿀 하나만 더 보내 다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3. 2. 10:55
내 미국 동생, 크리스탈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산다. 한국인 이민 2세대인 남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크리스탈은 무려 Zoom 회사(온라인 회의 도구로 유명한)의 정직원으로 일한다. (성공한 회계사로서 주로 IT 기업에서 인하우스 회계사로 일하는데, 최근에 핫한 Zoom 미국 법인에 스카웃이 되었단다.) 성격을 말하자면 외적으로는 활달하고 명랑하며 친절하고, 내적으로는 독립적이고 침착하며 강인하다. 우리는 2015년에 서로 알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인생의 큰 고난을 만나 거의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져 있었다. 구체적으로, 한국 사람들과는 직계 가족과 아주 가까운 친구 외에는 연락을 끊고 살았다. 대신,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영어도 공부할 겸, (무료) 언어교환 사이트르 통해서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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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이유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2. 26. 19:50
밤에 나선 올림픽공원 산책. 미련하게 서서 어둠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이 (좋은 뜻으로) 미련하게 현장을 지키고 계신 동료들 모습 같아서 짠~하고 자랑스러웠다. 사회사업가로서, 미련함은, 순진함은, 그리고 성실함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그 덕분에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모 복지관 과장님 말씀: 아직도 퇴근을 못하고 있는 저에게 힘이 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저 가로등을 보니 내일부터 3월1일까지 연휴인데 동료들은 모두 퇴근하고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선생님 글 덕분에 힘이납니다. 감사합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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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論.: 똘똘한 사회사업가, 체인지 북, 그리고 느슨한 연대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2. 4. 09:57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선생의 심장을 마구 뛰게 만드는 훌륭한 학생"을 만날 때가 있다(짜릿하다!). 하나를 알려 주면 두 개를 깨우치고, 이미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내며 자기 세계를 넓혀 가는 똘똘한 학생 말이다. 포천 종합사회복지관 김민재 팀장님이 바로 그런 학생이다. 2019년 9월, 우리는 처음 만났다. 내가 양원석 선생님과 함께 연재한 "사회사업가를 위한 해결중심코칭" 내용을 읽으면서 나를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한동안 페이스북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유심히 지켜보시다가 복지관에 강사로 초청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내 가치를 알아봐 주셔서 참 감사했다. 김민재 팀장님의 첫인상: (1) 섬세하다 (2) 신중하다 (3)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