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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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펜은 싫으시다고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7. 18. 11:50
주변에서 글깨나 쓴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나는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세상에는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인간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대표적인 레드 오션). 내가 글을 더욱 잘 쓰고 싶을수록 좌절감이 느껴져서, 그냥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인간을 다 조용히 죽이고 싶을 때도 많다(농담). 이렇게 부족한 내게 누가 글쓰기 특강을 요청해 왔다. 엥? 가르치라고요? 부담스러웠지만 나는 그 제안을 수용했다. 왜? 내 자신이 글을 잘 쓰는 모습을 보는 일보다는, 학생들이 더 잘 쓰게 되는 모습을 보는 일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기간은 딱 3회기를 주신단다. 시간은 첫 회기가 2시간에 나머지 회기는 각각 1시간 30분을 주시겠단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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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km 달려 놓고 펑펑 울어버린 썰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7. 12. 13:09
아내 나이 46세, 내 나이 47세. 옛날 같으면 손자 볼 나이인 우리 부부에게 새 생명이 불현듯 날아 들었다. 날아 들었다, 는 표현이 적절한 이유는, (당연하지만) 고령으로 시험관 시술을 계속 실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에서 도움을 받을 때는, 이라고 그럴 듯하게 쓰고 실제로는 매일 아침마다 아내 배에 주사 바늘을 꽂으면서 작정하고 노력할 때는 실패했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 모두 말은 명시적으로 나누지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거의 포기하고 있던 그 일이 성공해 버렸다. 확률상 5%도 안되는 그 일을 아내가 해냈다. 사실, 임신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내에게 건강한 생활을 요구받았다. 정당한 요구였다. 열달 동안 키우는 사람은 엄마지만, 적어도 생물학적으로는 나도 책임 절반을 져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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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누나, 고맙습니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5. 18. 07:22
나는 남원사회복지관 강정아 관장님을 사석에서는 누나라고 부른다. 누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참담한 일을 겪고 다시 세상으로 나온 후에 알게 된 분. 2018년 8월 23일, 내가 사회사업가와 관련된 외국 글을 번역, 공유했다: 사회사업가로 살게 되면... (2018년 이재원 번역) 당신은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고, 언제나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매일 감당키 어려운 일에 파묻히고, 할 일은 엄청나게 많은데 시간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갈 것이다. 당신에게는 엄청난 책임이 부여될 터이지만, 권위는 거의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사회사업가로서 사람들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한 조각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어떤 이들은 당신을 축복하겠지만, 어떤 이들은 당신을 저주할 것이다. 당신은 사람들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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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점 30가지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5. 5. 12:27
(내가) 해결중심모델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강점 30가지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과제를 내 주었다. 내가 모범을 먼저 보여야겠다 싶어서 강점 30가지를 적어 보았다. 의외로 많이 재미있었다. 나의 강점은? 1. 집중력이 어마무시하다(제대로 몰두하면 옆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잘 모른다.) (사례: 책을 읽을 때 물아일체 느낌이 들 때가 많다.) 2. 끈기가 많다. (사례: 220일에 걸쳐서 영어책 한 권 번역한 일) 3. 글을 조금 쓴다. (은사님 말씀: "넌 글을 readable 하게 쓰는 것 같다.") (아내를 글로 꼬셨다. ㅎㅎ) 4. 사진을 찍을 때 순간 포착을 잘 한다. (사진은 기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선이 중요하다.) 5. 다정한 편이다. (친한 사람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6. 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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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중심모델과 글쓰기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30. 08:35
그대는 해결중심모델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대단히 낯설고 어색한 몇 가지 질문, 예컨대 기적질문(기적이 일어나서 당신의 문제가 사라진다면, 뭘 보고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겠는가?)으로 알고 있는가? 문제나 약점보다는 강점과 자원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니, 겉으로 보기에는 참말로 멋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특히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담모델이라고알고 있는가? (실제로, 많은 사회사업가들이 해결중심모델을 낯선 질문 다발 정도로 여기고 이 질문 다발에만 집착하다가, 어렵다고, 안된다고, 도저히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곤 한다.) 나는 해결중심모델을 스스로 공부하면서도, 이걸로 상담을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도, 늘 감동을 받곤 한다. 내가 느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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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강의 후기) "이해도 잘 되고 재밌는데 마지막이어서 아쉬워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24. 09:58
올해 2월 말, (박사 과정 공부를 지도해 주신) 모교 은사님께서 갑자기 아프셔서 두 달 정도 학부와 대학원에서 가족치료 과목을 가르쳤다. 학부생이 배우기엔 조금 어려운 과목인데, 이론적인 내용을 포함해서 잘 따라와 줘서 무척 기특하고 고맙다. 이제 중간고사를 끝으로 강의를 마무리 짓게 되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학부생들이 남겨준 메시지를 읽으면서 적잖게 감동을 받는다. 학생 A: 수업 진도와 시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셔서 비교적 원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원: 성실은 학생의 의무, 설명은 선생의 의무. 우리 서로 의무를 다했죠? 고맙습니다. 학생 B: 교수님께서 직접 경험하신 상담 경험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더 생동감이 넘치는 강의였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마지막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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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선생님께 숙제를 내 드려도 될까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19. 14:16
내가 강점관점실천을 1:1로 가르치고 있는 제자가 공부 시간에 물어왔다. 제자: "저기, 선생님... 이번엔 제가 선생님께 숙제를 내 드려도 되나요?" 나: "나한테 숙제를 내 준다고? 하하하... 거 재미있네요. 말씀해 보세요." 제자: "그러실 줄 알았어요. 제가 내 드리는 숙제는 이거에요: 지금 아내 분은 제외하시고, 지금까지 선생님 삶에 좋은 영향을 준 사람들을 꼽아 보시고, 선생님은 그 분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셨을지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글로 써 보세요." 나: "이 숙제를 제가 받을 것 같아요, 안 받을 것 같아요? 당연히? 받습니다. 좋아요. 한 번 써 볼게요." 나는 어떤 맥락에서 이런 숙제를 받았던가? 나와 1:1 제자는 매주 일요일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강점관점실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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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그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걸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니?"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15. 06:13
“띠리링~” 몇 년 전, 대학원에서 해결중심상담을 가르쳤던 학생에게서 다소 뜬금없이(?) 문자가 왔다. 이 학생! 똑똑히 기억한다. 첫 시간에 “이 수업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말해 보라고 했더니, “교수님, 저는 강점관점이 세상에서 제일 싫습니다!” 라고 말한다. 당시 내 속 마음: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대학원 강단에 섰는데, 초엽부터 이렇게 초를 치다니? 게다가 해결중심상담은 강점관점 끝판왕인데 이 수업엔 왜 들어 오셨어요?"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아~ 네~” 라고 말하면서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학생이 보낸 문자를 읽으면서, “강점관점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이유”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학생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