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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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가르치고 싶은 세 가지 지혜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12. 13. 06:27
우리 따님이 세상빛을 보기 전까지 딱 두 달이 남았다. '육아'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해 보게 된다. 세 가지만 정리해 본다. 첫째, 우리집 가훈: 사람들에게 최대한 친절하되, 네 마음대로 살아라. 내 줏대를 세우기까지 40년이 넘게 걸렸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려고, 싫은 소리를 못했다. (지금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리고 뭔가 나를 이끌어 줄 멋진 영웅을 찾아 헤맸다. 기대도 참 많이 하고, 실망도 참 많이 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따를 만큼 멋진 영웅은 없었다. 원한다면, 내가 내 영웅이 되어야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하는 것을 찾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잘 한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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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는 좋은 이유 #1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12. 12. 15:03
주로 사회복지사 동료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짜증이 날 때가 있다. 학생들이 지나치게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지식/기술"만을 원한다는 느낌이 들 때. "도대체 왜, 사회복지사는 요기 바로 눈 앞만 바라보는가!" 마음 속으로 외치며 가슴을 두들길 때가 많(았)다. 철저하게 선생 관점에 서서,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학생이 컴퓨터 자체를 처음 배우는데 포토샵으로 그림을 그리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느낌이다. 자자... 오해 마시라. 이 짧은 글은 학생에 대한 불평을 늘어 놓으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다. 해결중심모델에는 '기적질문' 같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질문 기술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적질문을 배워서 그럴 듯하게 구사해야만 해결중심모델을 그나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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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사회사업가 이야기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9. 16. 16:43
타고난 사회사업가 이야기: 거북이 아빠, 동대문장애인복지관 엄준수 선생님. 타고난 의사는 없어도 타고난 사회사업가는 있다. 의사가 되려면 오랜 기간 인체나 질병에 대해서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야만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전문 지식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회사업가는 약간 다르다. 물론, 인간을 사회사업으로 제대로 도우려면 인간 마음과 발달 과정, 관계 원리나 사회적 제도 등에 관한 지식을 공식적인 교육 기관에서 상당 기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 우리가 고등교육 기관에서 정식으로 사회사업을 배우는 이유다. 그러나 가끔씩은 타고난 태도나 관점, 세심함이 워낙 뛰어나서 후천적으로 습득하고 축적하는 지식과 정보를 가볍게 뛰어넘는 사람이 있다. 며칠 전, 어떤 기관에 ‘강점관점 의사소통’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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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경기를 하고 싶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9. 12. 11:28
여섯 살 무렵, 매주 일요일 아침에 아버지와 레슬링을 했다. 내가 침을 흘리면서 늘어지게 자고 있으면 아버지께서 나를 몸으로 눌러서 깨우시곤 했다. "내 사랑 하자~ 내 사랑 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께선 나와 함께 하는 레슬링을 '내 사랑'이라고 표현하셨다. 내 체온이 묻어 있는 도톰한 이부자리 위에서 서로 껴안고 뒹굴었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귀여운 사랑 놀음으로 보였을 테니, 이 스포츠(?)에 '내 사랑'이라는 이름은 참 잘 어울렸다. 옛날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기억에 회색빛이 스며들기 마련인데, 아버지와 '내 사랑' 했던 기억은 여전히 총천연색 칼라 TV 같다. 심지어 스틸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다. 웬만한 액션 영화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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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버릴까?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8. 12. 06:26
"처음엔 쏘는 듯한 말투에 적응이 쉽지 않았으나 그 말투가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짐.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에 대한 애정을 느꼈음." 얼마 전, 해결중심상담 기본반(1기)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내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여쭈었을 때, 아끼는 학생 중 한 분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솔직히 납득도 수용도 안되었다. 그래서 (정말 알고 싶어서) 정중하게 여쭈었다: "선생님, 제 말투가 쏘는 듯 하나요?", "쏘는 듯하다, 는 말씀은 어떤 뜻이죠?" 내게 돌아온 카카오톡 답변: "별다른 뜻은 없구요, 그냥 재미있게 말하느라... ㅎㅎ" 이 양반, 수업 내내 참 성실하고 정직하게 공부하신 분이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헌데, 왠지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되긴 했다. 악의는 전혀 없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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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시작했다가 감동받은 텀블러 프로젝트!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8. 9. 13:48
2021년 7월 10일, 원서를 사고 싶어서 아마존닷컴에 들어갔다. 'social worker'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책을 찾아 봤는데, 우와~ 사회복지사를 위해서 제작된 예쁘고 재미있는 기념품이 많았다. 기념품 중에서도 남태평양 바닷 빛깔을 띈 텀블러를 발견했다. 외형도 예뻤지만 텀블러 외부에 새겨진 글귀가 마음에 들었다: "사회복지사 왈, 마음 편히 가지셔요.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봤답니다. (이겨낼 수 있어요.)" 그랬더니 여러 동료께서 열렬한 반응을 보여 주셨다. 그 중에서도 참 좋은 친구인 서유지 선생님께서 공구를 추진해 보라고 펌프질을 하셨다. 그래 볼까?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추진했다. 아마존닷컴에 주문해서 내가 받은 후에, 재포장해서 동료들께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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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불을 지를 수 있을 거에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7. 21. 06:59
내 좋은 친구, 이강열 사회사업가가 문득 물었다: "이번에 저희 대학생 멘토 하나가 취업을 했는데, 초보 사회사업가 마음에 불을 지를 추천 도서가 있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책보다는요, 영상을 추천할게요. 그치만 불을 지를 수 있을 거에요." 좋단다. 그래서 추천글을 짧게 썼다. (1) Cheer (넷플릭스) / 다큐멘터리 시리즈 [대화창에 쓴 소개글] 꿈이 없던 젊은이들이 난생 처음 인생을 걸고 미치도록 몰입하는 과정과, 이를 돕는 열정적인 리더를 볼 수 있음. [아주 조금 더 긴 소개글] 화려하게 공중 제비를 돌고, 수십 번씩 텀블링을 해야 하는 프로 치어리더는 선수 생명이 무척 짧다고 한다. 대략 20대 초반에 경력이 끝난다. 이 연령대를 넘어서면 몸이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