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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638)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11. 10. 14:53
"봄아, 귀여운 우리 아가~ 엄마, 갈게. 어린이집 잘 다녀오고, 이따 밤에 만나자?" 엄마가 미워요. 아침마다 그렇게 어딜 가는지. 내가 아침밥을 다 먹을 때쯤, 그러니까 아빠가 '여덟시' 라고 부르는 시간이 되면, 엄마는 가 버려요. 보통은 엄마가 사라진 후에 조금 지나면 아빠가 '봄아, 우리 이제 어린이집 가자'라고 말하는데요, 오늘은 그 전에 '병원'에 가야 한대요. 병원? 파란 옷 입은 아저씨가 제 등에다가 차가운 뭉치를 대는 곳? 아, 맞다! 거기 가면 가끔씩 팔에 뾰족한 걸 찌르는데? 아픈데?! 신나게 뽀로로 그림책을 보고 있는데, 아빠가 갑자기 화장실로 저를 데리고 갔어요. 빨리 씻고 '병원'에 가야 한대요. 빨리 안 가면, 다른 아이들이 많이 와서 '1빠'로 가야 한대요. 그래야 빨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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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돌봄을 위한 글쓰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9. 07:19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다. 나는 그냥 작문 기술을 가르쳤는데, 그냥 내가 내 이야기를 쓰던 방법을 평이하게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한 두명씩, 마음에 치유가 일어난다고 고백하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은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가출해서 혼자 힘으로 살았던 15년전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학생은 젊은 며느리로서 명절에 시댁 식구들을 만날 때마다 미묘하게 느꼈던 부담감과 소외감에 대해서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외적으로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심리적으로는 거의 완전히 외톨이였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드러냈다. '힘든 기억을 고백하면 치유가 일어나나?'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일리가 있지. 억압했던 부정적 감정을 외적으로 드러내고 표현하면 '배설'하는 쾌감을 느낄 테니까. 그리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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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유모차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9. 05:46
쓰러진 유모차 글쓴이: 박지선(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매주 화요일 오전 나는 OO 대학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시는 성직자 분들에게 고급 통계 분석 방법을 가르친다. 오늘,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한 분이 먼저 일어나야겠다며 양해를 구하신다. 친구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덧붙이신다. "중학교 동창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친구가 교통사고로 지금 수술실에 들어갔다고요. 병원으로 와 줬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친구 남편이 지금 패닉 상태인 것 같아요. 친구가 아침에 5살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대요. 친구는 지금 임신 6개월차인데 임산부와 태아 모두 위중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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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깎듯 글을 쓰자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7. 16:56
글쓰기 힌트 #003 (이재원 해설) 나는 '힌트'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힌트는 종결점(요령)이 아니라 시작점(태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작은 힌트를 잡고 문을 나서면, 걸어가야 할 먼 길이 보인다. 문밖으로 나갔다고 주저 앉으면 '요령'에 그친다. 글쓰기는 '요령'으로 배울 수 없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기 때문이다. 긴 거리를 뛰다 보면, 기본 체력과 폐활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기본 체력이 탄탄하지 않고 폐활량이 적으면 결승점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배우기는 좀 부담스럽다? 사실이다. 이해한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리에겐 힌트가 필요하다. 흥미롭게 시작하려면 훌륭한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다. 그래서 '글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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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기다리는 사람이니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7. 06:58
부모는 기다리는 사람이니까 글쓴이: 송주연 (인천중구가족센터 사회복지사)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아기를 계획하면 당연히 생기리라 예상했다. 호기롭게 언제쯤 갖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계획한다고 아기가 생기진 않았다. 다 생기는 게 아니었다. 나는 월경 주기가 불규칙했고, 결국 난임센터를 찾았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로 배란일을 맞추었다. 배란일이 지난 후에는 혹시라도 임신했을까봐,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임테기에 한 줄만 뜨면 눈물을 삼켰다. 몇 달 동안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 일이 반복됐다. 남편은 내가 실망할 때마다 따뜻하게 위로하며, 조급해하지 말자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친구 부부가 엄마와 아빠를 똑 닮은 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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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안 행복한데, 누가 행복하겠어? (1편)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6. 07:13
나는 해결중심상담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는 '부디 자신을 홀대하지 마시라', '자신에게 가혹한 기준을 대지 마시라'고 가르친다. 해결중심상담을 배우는 사람(사회복지사)이 기본적으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타인(클라이언트)을 진정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야말로 이 말이 가장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에게 정말로 가혹한(?) 기준을 대기 때문이다. 5년 전까지, 나는 세계에서 최고로 뛰어난 해결중심치료자가 되고 싶었다. 그냥 최고가 아니다. 한국에서 최고도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해결중심치료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해결중심치료 관련 문헌을 많이 읽었다. 해결중심치료는 세상에서 가장 간결한 상담 모델로 잘 알려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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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4. 06:49
봉투 글쓴이: 민경재(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분관 둔배미복지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매우 피곤하다. 더 늘어지게 자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시어머니 생신이다. 우리는 경기도 군포에 살고 어머니는 천안에서 사시면서 파리바게트를 운영하신다. 전화를 걸어 약속을 정한다. 나: “어머니 점심, 같이 해요?” 시어머니: “얼굴 본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안 내려와도 된다.” 나: “어머니 생신인데 같이 식사라도 해야죠. 천안 금방 가요.” 어머니께서는 (늦게) 아침을 늦게 드셨다며 오후 한 시에 만나 점심을 먹자 하셨다. 열한 시 사십 분이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 차가 많다. 길이 막힌다. 꾸벅꾸벅 졸다가 겨우 눈을 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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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즈, 달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3. 06:16
마티즈, 달려 글쓴이: 김정현(안동성좌원 요양복지과 팀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부아앙~” 바둑무늬 깃발이 위로 올라갔다. 동시에 나는 페달을 힘껏 밟았다.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는 바퀴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경기장에는 흙먼지가 일고 함성 소리가 뒤엉켜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친다. 급회전 구간을 지나며 앞서가던 차들을 차례로 따돌린다. 이제 한 바퀴만 남았다. (마지막 한 바퀴다.)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순간, 속력을 이기지 못한 내 차가 가이드 레일 벽을 긁으며 심하게 흔들린다. 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같이 흔들린다. 어지럽다. “여보, 일어나!” 겨우 눈을 뜨는데 아직도 몸이 흔들린다. “아니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심하게 해? 승리..